광문자전
한문으로 된 일종의 풍자소설로, 조선 후기의 학자 연암(燕巖) 박지원(朴趾源)의 작품이다. 광문(廣文)은 청계천변에 움막을 짓고 사는 거지의 우두머리로, 어느 날 동료들이 모두 걸식을 나간 사이에 병들어 누워 있는 거지아이를 혼자서 간호하다가 그 아이가 죽어버리자 동료들의 오해를 사게 되어 거기서 도망친다. 그러나 그는 다음 날 거지들이 버린 아이의 시체를 몰래 거두어 산에다 묻어 준다. 이것을 목격한 어떤 부자가 이를 가상히 여겨 그를 어느 약종상(藥種商)에 소개한다. 점원이 된 그는 그 곳에서 정직함과 허욕이 없는 원만한 인간성으로 많은 사람의 인정을 받게 된다. 나이가 차서 결혼할 때가 되었으나 그는 자신의 추한 몰골을 생각하고 아예 결혼할 생각을 하지 않는다. 그러던 어느 날 그는 장안에서도 가장 이름난 운심이란 기생을 찾아간 일이 있었다. 방에 있던 귀인들이 그의 남루한 복장과 추한 얼굴에 낯을 찡그리고 상대하지 않았으나 그는 끝내 의젓한 기품을 잃지 않았다. 그러자 조금 전까지 그를 거들떠 보지도 않던 운심이 그의 높은 인격에 감동하여 흔연히 자리에서 일어나 그를 위해 춤을 추었다. 이 소설은 비천한 거지인 광문의 순진성과 거짓 없는 인격을 그려 양반이나 서민이나 인간은 똑같다는 것을 강조하고 권모술수가 판을 치던 당시의 양반사회를 은근히 풍자한 작품이다. 《연암외집(燕巖外集)》 〈방경각외전(放?閣外傳)〉에 수록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