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우리였던 날들을 기억해요
열다섯 편의 영화와 함께
우리였던 기억으로 써 내려간
사랑 그리고 치유 에세이
◎ 도서 소개
사각대는 바람 소리에도 휘청거리는
한 청년의 여린 감성으로 채워진 청춘의 아픔과 그 기억
이 책은 가슴 한 곳으로 쿡쿡 찌르면서 아려오는 슬픈 기억들로 조각한 한 편의 영화 같은 에세이다. 저자는 지난 사랑의 기억을 지금껏 마음에 담아두고 있다. 그 기억은 눈부시게 환한 미소로 한 여인을 사랑했던, 동시에 이별로 인해 ‘우리’였던 그 사랑을 이어가지 못했던 서사에 대한 시린 기억이다. 청춘의 통과의례인 이별의 아픔과 침잠은 모두가 한 번쯤은 겪는 일이지만, 유독 이 이야기가 아프게 전달되는 건 지은이 특유의 애달프고도 섬세한 감성 때문일 것이다. 거기에 스스로를 향한 끝없는 애상이 곁들여진다. 그는 헤어짐으로 인한 깊은 상실감으로 오랜 시간 동안 스스로를 ‘장막’ 안에 가두었다. 그곳에서 그는 절절한 그리움과 후회를 파편처럼 되뇌고 또 쏟아내곤 했다. 그래서 그의 사랑은 수없이 변주되곤 한다. 환한 미소였다가, 흩어진 그리움이었다고, 쓰디쓴 상처였다가, 어느덧 희망이었다가, 칠흑 같은 어두움이었다가.
◎ 출판사 서평
사랑했던, ‘우리’였던 기억에 드리운 사랑의 풍경들
그 장막에서 지은이는 음악과 영화를 만난다. 그러곤 세상과 거의 단절한 채 그것들에 빠져든다. 그중에서 영화는 그를 위로할 뿐 아니라 사랑에 대한 새로운 시선을 던져주었다. 결국 그 영화들이 이 책을 세상에 나오게 만든 산파인 셈이다. 수백 편의 영화를 보면서 그는 자신과 닮은 가련한 영화 속 인물을 찾는다. 그러면서 세상에서 홀로 된 그 인물들을 위로하는 자신을 발견한다. 그 발견은 곧 영화 속 인물에 투영한 자신의 얘기로 연결된다. 그렇게 해서 조각조각 만들어진 글들은 장막 밖으로 흩뿌려졌다. 물론 그 글의 시작은 ‘우리’였던 시간에 대한 격렬한 그리움이고, 자신만을 남겨둔 사람에 대한 복잡한 심경일 테지만. 이 책 『우리가 우리였던 날들을 기억해요』에 소개되는 열다섯 편의 영화와 글들은 그런 과정을 거쳐 만들어진 것이다. 여기에는 저마다 다른 사랑에 대한 15개의 영화 속 풍경이 펼쳐진다. 그리고 그 영화들 곳곳에 그의 꿈틀대는 단상이 겹쳐진다.
영화라는 ‘망원경’으로 관찰한 사랑학에 수록된
너와 나의 사랑, 우리들의 그리움과 외로움
지은이가 밝히듯 영화는 그의 나침반이자 망원경이었다. 그 망원경에서 그는 세상을 바라보는 또 다른 눈을 갖게 되었다. 지난 사랑이, 괴로움이, 부당함이, 희망이 모두 영화라는 망원경 안에서 살아 있다는 걸 알게 된 그의 선택은 글로써 그 감정들을 담아내는 것이었다. “삶에는 습작이 없어, 망쳐버린 그림 위에 다시 물감을 뿌리고 어떻게든 이어 나가야 했다.”는 고백처럼. 그가 망원경으로 관찰한 영화 열다섯 편에는 층위가 다른 세상의 사랑법이 각자의 빛깔로 펼져진다. 그래서 너와 나의 사랑이, 우리들의 그리움과 외로움이 영화 속에 연출되는 양 독자들의 귓속을 속삭이듯 다가간다. 이 책을 읽는 즐거움이 여기에 있다. 더불어 인생의 습작을 간접적이나마 제공한다는 점이 이 책을 읽는 색다른 관전 포인트가 되고도 남음이 있다.
‘우리’라는 단어에 투영된 사랑과 이별의 변주
그리고 그것을 기억하는 방법
슬픔과 이별은 아무 예고도 없이 ‘따끔’거리면서 다가온다고 한다. 지은이의 그리움 역시 준비하지 못했던 ‘우리’였던 날의 상실에서 시작된다. 두 사람이 ‘우리’였던 시간에서 한 사람이 이탈하는 순간, ‘우리’라는 말은 ‘우리’라는 의미를 상실하기 마련이다. 혼자 남겨진 사람이 ‘우리’를 바라보는 것은 상처 입은 존재에 대한 상실감의 덧칠이다. 지은이 역시 어두운 장막 안에서 그 감정을 한없이 키우며 자신을 학대하곤 했다. 그리울수록 그리움이 커져 가기에, 상흔을 마주할 때마다 그 아픔이 커져 가기에. 하지만 그는 장막 밖으로 던진 수많은 생각 조각들이 많이 쌓이게 된 어느 날, 불현듯이 찾아온 새로운 사랑에 눈뜨게 된다. 아픔을 그대로 아픔으로 받아들이는 성숙이랄까. 그는 말한다. “시린 사랑 앞에 축 늘어진 침잠 외에도 움트고 있는 새로운 사랑이 있는 걸 조금씩 알게 되었다.”라고. 그러곤 다시 말한다. 장막을 걷고 바라본 세상은 저마다의 사랑으로 색칠하는 곳이라고. 그곳에 자신의 소중한 사랑도 걸려 있다고. 그래서 더욱 애틋하게 추억하기 시작한다고. 상처가 아닌 소중함으로. 더 많은 것을 기억하기 위해 이 글들을 썼다고. 이 대목에서 우리 모두는 각자의 사랑을 기억하는 방법들에 대한 가장 소중한 단서를 얻을지도 모를 일이다.
◎ 책 속에서
“우리 헤어지자, 그게 좋을 것 같아.” 남자는 여자의 손을 꼭 잡고 걸어가다가 이별을 말하고 “감기 들겠다, 얼른 들어가.”라고 말한다. 군더더기 없는 짧은 이별이다.
사랑을 노력하게 했던 한 사람 _ 뷰티 인사이드
누군가를 내 이름으로 부른다는 것은 내가 나를 아끼고 사랑하는 만큼이나 그 사람을 사랑한다는 얘기다. 그 사람과 나 사이에 구분을 두지 않는다는 얘기고 그 사람과 나를 하나라고 여긴다는 얘기다. 말하자면, ‘내가 너였고, 네가 나였던 날들.’
네 이름이 내겐 노래였어 _ 콜 미 바이 유어 네임
그러다가 어느 날 문득 외로움을 가만히 들여다보게 된다. 이 외로움은 어디서 왔는지, 왜 생긴 건지. 사랑했기 때문이라는 걸 다시 한 번 더 깨닫게 된다. 그러면서 지난 사랑이 가엽지만 ‘그것도 그런대로 나쁘지는 않다.’고 스스로 위로하게 된다.
외로움도 괜찮을 거야, 아마도 _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
테오도르는 그렇게 누군가의 유일한 존재에서 보통의 존재로 전락해버리는 그 순간의 고통을 무방비 상태로 맞아야 했다.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애인에서 수많은 고객들 중 하나가 되어버린 현실. 그가 느낀 슬픔의 본질은 ‘유일한 한 사람(only one)’이 ‘단지 그들 중 한 사람(just one of them)’으로 바뀐 것이다.
보통의 존재가 되는 슬픔에 대해 _ 그녀
그 사람이 있어서 가능했던 인생인데, 다시 어디서부터 어떻게 복구해야 할지 몰라 아주 오랜 시간 침잠했다. 한참을 울며 이런 인사를 건네야 했다. “잘 가요, 내 삶의 또 다른 주인공이었던 당신.”
잘 가요, 내 삶의 또 다른 주인공 _ 가장 따뜻한 색, 블루
끝난 사랑보다 더욱 아린 건 끝나가는 사랑을 지켜보는 일. 그럼에도 사랑이 지속되기를, 그것도 이전처럼 타오르기를 바란다면 소망과 현실 사이의 괴리에서 오는 쓰라림은 훨씬 더 커진다. 차라리 이별을 결심하면, 그래서 이 사랑의 마지막을 각오한다면 사랑의 냉각을 비교적 더 작은 파동으로 겪을 수 있지 않을까.
미쳤다가, 미쳤었다는 걸 깨닫는 일 _ 라이크 크레이지
영원인 척 잠시 머물렀던 사랑은 어느새 떠날 채비를 마쳤다. 그 움켜진 손을 놓아야 할 시간이 불행하게도 영화 속 연인에게도 찾아오고 말았다. 잡은 두 손을 다시 푸는 것일 뿐인데, 손이 떨어질 때는 마치 마음 안의 무언가도 함께 떨어지는 것만 같은 느낌이다.
지난 사랑이여, 부디 안녕히 _ 블루 발렌타인